04Feb2020 오늘의 생각

 

달력을 보면 어느새 연초고, 연말이고 한다.

  베트남에서 근무한지 햇수로 5년차, 다음 달이 되면 만으로 4년이 되어간다. 처음 베트남에 입성했을 땐, 1년 버틸 수 있을까 싶었던 것이 눈깜빡하니 벌써 만으로 4년이 되어간다니 내자신에 놀라고, 시간의 속도에 또 놀라는 중.  한국은 계절 변화에 따른 온도차가 큰 편이라 날이 따수워지면 3월 봄이 왔구나, 날이 추워지면 아 한해가 가는구나 싶지만, 베트남 남부지방은 일정하게 더운 열대 기후라 시간 가는 느낌이 더디다. 달력을 보면 어느새 연초고, 연말이고 한다.

 

베트남 법인 운영 관련 애로사항

  베트남에서 근로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 나라의 획일되지 않은 법과 불투명한 제도라 말할 것이다. 우선 베트남 행정법은 우리나라의 법과 다르게 추상적이어서 법을 처리하는 공무원이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크게 달라진다. 같은 법은 두고 공무원에 따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다. 국가 문서 포맷이 공시되어있지 않아 문서 양식을 두고 처리를 거절 당할 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외부 업체를 통해 처리하는 것이나 그 업체가 터무니 없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서 직원의 인맥과 회사 돈으로 직접 처리하는 방법을 써야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법인 주소를 변경하는 행정을 처리할 때 업체를 이용할 경우 1500-2500불 (회사마다 천차만별)의 비용을 써야 한다. 그 당시 주소 변경이 뭐 어렵냐며 직접 하겠다고 했는데, 무려 6번이 넘는 신청 -> 기다림 -> 거절을 반복해야 했다. 거절의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결국 돈 달라는 말을 여러 공무원이 돌려 말한셈인데, 돈을 다짜고짜 아무에게나 건네는 것은 좋지 않은 방법이다. 관련 부처의 인맥을 수소문하여 그 담당 직원에게 우리쪽 현지 직원이 카페에서 만나 돈을 전달한다. 문제는, 이 비용이 회사 경비처리를 할 수 없어서 그 만큼의 비용을 다른 것으로 메워야 한다. (메우는 방법은 부가세 영수증 제도를 얘기하며 함께 상술하겠다.)

 

나를 미치게 하는 것(feat. Hoa don do)

  불투명한 제도와 더불어 베트남의 독특한 부가세 영수증 제도가 나를 미치게 한다. 한국은 회사 경비 처리를 할 때, 카드 영수증, 일반 영수증도 인정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 주재 외국 법인의 경우 베트남 정부의 엄격한 세법 적용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법과 제도에 맞추어 회사 비용을 칼같이 처리해야한다. 베트남은 회사 경비처리를 할 때, Hoa don do라고 하여 한국어로 직역할 경우 빨간 부가세 영수증이 필요하다. 문제는 모든 영업장이 hoa don do를 처리해야 하지만 1) 부가세를 처리하고 싶지 않은 사업장의 경우 (비용이 너무 작거나, 너무 영세한 곳일 경우) 2) hoa don do를 처리할 수 없는 경우 - under table money 같은 3) 기타의 이유로 부가세 영수증을 받을 수 없는 경우다. 즉, 우리가 부가세 처리를 할 수 없거나(고객의 요청), 상대방이 부가세 처리를 할 수 없는 일이 생각보다 자주 생기는게 킬포다. 방법은 그 비용만큼 직원들이 사비로 외식을 하거나 물건을 살 때, 회사 명의로 부가세 영수증을 신청해 그 비는 만큼 금액을 맞추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 비용을 정확히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3월 회계 감사를 앞두고 미쳐버릴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