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그런 날이었다.
: 내가 베트남에 있다는 걸 알게 하는 그런 날.
회사 출퇴근을 도와주는 기사 직원이 일주일 가량 개인 휴가를 사용한다고 하여, 간만에 Grab(Uber같은 동남아 최대 공유 택시)의 오토바이를 이용하여 출근을 했다. District 2 집에서 D. Binh thanh 회사로 가는 길은 8차선 도로인 Cau Saigon(사이공 다리)를 건너야한다. 가끔 택시나 회사 차량을 이용해 다리를 건너다 보면, 6달에 한 번 꼴로 해당 다리에서 오토바이들의 사고를 목격하곤 한다. 실제로는 더많은 사고가 있겠으나, 내가 발견하는 빈도수만 해도 1번/반기 꼴이니 꽤나 잦은 편이다.
오늘은 6달의 한 번인 그런 날이었다. 날씨도 좋고, 선선하니 딱 좋은 그런 날. Cau Saigon을 건너며 다리 밑으로 유유자적 흐르는 사이공 다리를 멍하며 바라보던 찰나에 그랩 기사가 급 브레이크를 밟았다. 옆/뒤에 따라오던 오토바이들도 급 정거를 했다. 다리 중간에 예상치 못한 트래픽이 있었다. 갑작스러운 트래픽 잼으로 인해 오토바이 한 대는 넘어져 있었고, 해당 운전자는 크게 다치지는 않은 듯 오토바이를 일으켜 세우고 있었으며, 그 주위의 사람들은 떨어진 짐을 줍는 것을 도와주고 있었다. '아이고.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아서 다행이네. 이것때문에 도로가 막히나..?' 속도를 줄인 오토바이 사이를 헤치고 조금씩 나아가던 나는 소리를 질렀다.
'OH MY GOD! Oh my..!!' 말문을 막히게 하는 다음 광경. 4중 오토바이 추돌이 있었는지, 가드레일에 오토바이들과 사람들이 뒤엉켜 있었다. 쓴 헬멧 사이로 머리에 피흘리는 사람, 도로위에 흥건하게 피를 흘리는 발을 가진 사람, 그 사람들을 태운 운전자들이 사고 현장에 있었다. 그 주위로 사고가 난 그들을 보고 있는 다른 운전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도로는 피로 얼룩졌고, 사고는 났지만 그들을 돕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그들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 외마디 비명만 질렀다. Grab 기사는 항상 있는 일이라는 듯이 그 인파를 헤치고 목적지로 나를 태우고 사고현장에서 멀어져만 갔다. 그 현장과 불과 5분 떨어져 있는 사무실에 가는 길 내내 나는 온갖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여긴.. 베트남이었지. 그래 나, 베트남에 있었어.'
집-회사만 반복하느라 베트남인지 한국인지 여기가 어딘지 잊어버리고 살았는데, 오늘 사건으로 내가 베트남에 있다는 걸 순간 생생하게 느꼈다. 사고가 났지만, 달려와줄 119 구급차가 없는 나라. 도로 위에 피를 뚝뚝흘리며 피가 낭자해도 구경은 하되 도움을 주는 사람은 없는 나라. 그리고 대부분의 한국 여행자 보험은 여행자 보험 가입을 막아놓은 나라. (삼성화재 등 대부분 가입이 현재 거절되어 있다)
어제 고객사에서 "Monkey 님은 베트남에서 살면서 좋은점/나쁜점이 뭐에요?"라는 질문에 수 많은 답변을 해놓고, "생각보다 장점이 많은 나라네요. 말하면서 장단점이 50:50으로 생각했는데, 장점이 훨씬 많은 나라였어요." 그 말을 한 지 채 24시간도 되지 않아, 나는 또 다시 이 나라에 대한 장단점 비율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느 나라이건 장점만 100% 단점만 100% 있는 나라는 없다지만, 오늘 느낀 베트남은 나에게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틀에 박힌, 한국의 삶이 싫어 해외로 나온지 5년차지만, 이런 걸 겪고 나면 한국이 너무나 그리워진다. 한국이었다면, 이랬을텐데 저랬을텐데. 아쉬운 소리만 잔뜩 늘어놓게 되는 것이다. 막상 한국으로 돌아가면, 다시 밖으로 나올 나라는 걸 알지만... 조만간 만료될 여행자 보험을 현지에서 같은 수준으로 커버될 수 있는 현지 보험으로 알아봐야겠다. 나의 외국 생활을 무사히 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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